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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공명하는 노래
- 좀 웃긴 / 윤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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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좀 웃긴
02. 소나기
03. 아니오
04. 죽음
05. 소나무 숲
06. 좀 웃긴 (Remastering ver.)
07. 소나기 (Remastering ver.)
08. 아니오 (Remastering ver.)
09. 죽음 (Remastering ver.)
10. 소나무 숲 (Remastering ver.) - 2012 / 푸른곰팡이
- 작성자 서정민갑 | 작성일 2012.02.15 | 덧글수 (0)
이발사 윤영배의 두 번째 EP는 그의 첫 번째 EP와 닮아 있고 조동진이 프로듀싱한 장필순의 5집과 6집과도 많이 닮아있다. 그럴 것이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안에 그만의 무늬를 새겨 넣는다. 그 무늬로 인해 우리는 무수한 음악을 개별적으로 식별하고 인식한다. 그러니까 EP 전반부의 수록곡인 ‘좀 웃긴’과 ‘소나기’, ‘아니오’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경쾌한 리듬감을 만들며 노래를 시작하는 방식은 윤영배의 전작과 흡사하고, 백킹 기타로 리듬감을 부여하거나 코러스로 몽롱한 질감을 불어넣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결합시키는 방식은 조동익이 프로듀싱을 맡은 장필순의 앨범들과 매우 흡사하다. 저물 때 모든 것의 윤곽이 가장 뚜렷해지듯 최소한의 음영으로 노래의 결과 골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은 조동익의 장기로서 대가다운 그의 호흡을 절감하게 한다. 확실히 윤영배의 작품이며 편곡과 사운드 믹스를 맡은 조동익의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곡 ‘죽음’과 다섯 번째 곡 ‘소나무 숲’은 전작과 궤를 달리한다. 투명하고 잔잔한 질감으로 채워졌던 전작이나 EP의 전반부와는 달리 이 두 곡은 침울하고 적막한 정서에 처박히듯 닿아 있다. 다른 곡들이 명확한 서사를 구축하지 않고 모호하고 직관적인 가사를 툭툭 던져놓아 설명이 필요한 데 반해 이 두 곡은 비교적 분명한 서사를 구축하며 상실과 상처의 교감과, 묵묵한 침잠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 천천히 깊어지는 음악적 서사가 탄탄한 ‘죽음’과 무심하게 내던져지는 고백이 내밀한 ‘소나무숲’, 이 두 곡으로 인해 EP의 밀도는 짙은 안개처럼 두터워지고 감동은 습기처럼 눅눅하게 젖어온다.
전주가 없거나 짧고, 쓰여진 악기도 기타와 베이스 기타, 프로그래밍 사운드에 비트 캔 정도뿐일 정도로 단출한 구성이다. 게다가 가사도 흐릿하지만 윤영배의 음악은 충분히 마음을 울린다. 다섯 곡 모두 아찔하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고 멜로디에 어울리는 낮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숨죽인 탄식을 토해내듯 이어가는 윤영배의 창법은 담담하거나 슬픈 곡 어디에서도 감정을 부풀리지 않고 자신의 가사와 멜로디를 성찰하듯 외화함으로써 자연스럽고 미니멀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음악과 음악에 담긴 감성을 독립시킨다. 이같은 거리감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태도는 ‘아니오’에서 서술한 ‘낮게 나지막하게 작게 자그마하게 높게 까마득하게 깊게 아득도하게’가 결국 윤영배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지향임을 일러준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빠져들게 하는 음악과 응시하게 하는 음악으로 나눈다면 윤영배의 음악은 단연 후자이다. 그의 노래로 인해 우리는 관계와 슬픔과 부재와 불가능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것들이 실제화된 각자의 삶의 편린들과 그 존재 자체에 대해 더 깊게 느끼고 사유하게 된다.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음에도 관성에 빠지지 않은 윤영배의 음악적 깊이와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푸른곰팡이 일가가 구축한 서정성의 힘일 것이다.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노래로 눈물 흘리지 않아도 안다. 노래가 다 끝난 뒤에도 오래 공명하는 노래, 오래 공명하는 가슴. (서정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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