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스페셜
| 백비트 리뷰

종종 마주치게 되는 그 감정
For A Little Cruise / 니나이안

01. Only Moment Spent Within You
02. Little Cruise
03. Walking On The Moon Beams
04. The Earth Harmonics
05. Get A Load Of The Smell Of The Dead Man
06. Sun Sun Sun
07. Wish I Were Here Without You

2010.07.15 / 파스텔 뮤직
작성자 윤호준 | 작성일 2010.09.07 | 덧글수 (0)

이것을 감정의 파고와 연결시키지 않고 듣는 방법이 있을까? 빗소리가 깔리고, 드럼이 툴툴대고, 기타가 동글동글한 음들을 흘리다가, 결국 노이즈 덩어리를 대동하고 포스트 록처럼 휘몰아치고야 마는 ‘Only Moment Spent Within You’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다. 니나이안(Ninaian)이 속옷밴드의 기타리스트 박현민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걸 알고 음악을 찾아 들은 나 같은 인간들이 불평을 늘어놓을 구석은 러닝타임 3분도 안 돼서 종적을 감춘다는 뜻이다. [For A Little Cruise]가 듣기에 좋으니 나는 꼭 점쟁이라도 된 기분이다.

 

‘The Earth Harmonics’의 시작이 퍼뜩 잠(Zzzaam)을 떠올리게 하고 ‘Get A Load Of The Smell Of The Dead Man’의 목소리가 욘시(Jonsi)를 떠올리게 하는 건 다행히 [For A Little Cruise]의 미덕이다. 속옷밴드, 조월, 비둘기우유, 더 나아가 그 옛날(?) 벌룬앤니들(Balloon ‘n’ Needle) 소속 뮤지션들의 느려터진 음악까지 생각나게 하는 걸 막을 길이 없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런 음악을 들었을 때의 정서가 맨 앞으로 치고 나온다는 것이다. 음악보다 음악이 유발했던 정서가 다시 꺼내지는 것이고, 이런 음악이 한 무더기씩 가슴팍에 안겨준 애틋함과 먹먹함은 조만간 다시 만나도 또 나를 무너뜨린다.

 

속옷밴드와 니나이안은 분명히 다른 구석이 있다. 감정을 자꾸만 흩뜨리는 기타와 반대로 감정을 응축하려 드는 피아노가 서로 긴장하고 있는 ‘Walking On The Moon Beams’, 들쑥날쑥 멈칫거리고 서성거리는 와중에도 직선으로 조금씩 상승하는 ‘The Earth Harmonics’는 박현민만의 재능과 개성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큰 틀 안에서 역시 니나이안은 종종 마주치게 되는 그 감정을 소환하는 바로 그 음악을 들려준다. 영어로 중얼거리는 어떤 남자, 한 뭉치의 바람소리, 노이즈의 간섭, 묘한 시그널, 이 모든 것이 무척 낯익다. 배를 탔을 때 듣는 음악이라지만 그냥 밤에 잠이 안 와 뒤척거릴 때 틀어놓으면 좋을 듯싶다. 음악적 성취에 대한 욕심이 없는 포스트 록, 노이즈 록이라고 하면 될까? 딱 그만큼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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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준
흥미로운 직장과 알바와 각종 잡일을 하며 보낸 최근 10년 동안 음악에 관한 글도 꾸준히 써 온 두 딸내미의 아빠. 어려운 책과 졸린 영화와 재미있는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정신연령 20대의 청년. 음악취향Y라는 독특한 곳에서 음악과 세상에 대해 궁시렁대는 걸 좋아함. 친구들과 한국힙합-열정의 발자취를 썼으며, 놀랍게도 철학책 3권에 관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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